Dir: David Fincher
예고편이나 포스터에 나온 정도를 제외하고는 스포일러를 최대한 자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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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hy so social?" |
5억명의 사람들을 인터넷을 통해 연결해 준 한 남자가 있다. 5억명, 전 세계 인구 14명 중 한 명 꼴인 셈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정작 그 과정에서 자신과 가장 가까웠던 사람들과의 관계는 틀어져버리고 말았던 이 남자는 그 당시 고작 19살 소년이었다. 세계 최연소 억만장자 마크 주커버그가 페이스북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을, 영화 소셜 네트워크는 서로 다른 세 가지 관점에서 동시에 바라본다. 데이빗 핀쳐의 지휘 아래에서, 그것도 흠 잡을 데 없이 완벽하게.
무엇보다도 대본의 힘이 가장 크다. 스토리 자체도 물론 매력적이지만, 이를 철저하게 극화하고 모든 이의 입장을 충실하게 전달하려고 노력한 것은 각본을 쓴 애론 소킨이다. 법정과 실제 사건이 벌어진 공간을 넘나들며 세 가지 관점을 모두 담고자 하는 노력 탓에 두 시간은 순식간에 흘러가지만 그 과정에서 어느 하나 맥이 풀리거나 낭비되는 장면 없이 차곡차곡 스토리를 쌓아나간다. 놀라울 정도의 흡인력이다.
21세기 초를 배경으로 하며, 어쩌면 인터넷이 발명된 이후 사람들의 인간관계를 가장 크게 바꾸어 놓았을지도 모르는 소셜 네트워크의 탄생 비화를 담고 있는 영화이지만, 인터넷 문화나 페이스북에 익숙하지 않아도 이 영화를 즐기는 데에는 아무런 무리가 없다. 비전이 있었던 한 천재적인 남자의 성공적인 창업스토리와 그 과정에서 발생하게 된 진흙탕 법정드라마로 포장된 상자 안에 들어있는 것은 권력, 욕망, 돈, 질투, 우정과 같은 아주 보편적인 인간 감정이다. 이 영화가 처음 개봉했을 때, 미국의 한 평론가가 이 영화를 '21세기의 시민 케인'으로 치켜올렸던 것은 아마도 이러한 맥락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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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ndrew Garfield, Jesse Eisenberg |
공감과 연민을 불러일으키는 가장 큰 힘은 배우들의 연기력이다. 특히 마크 주커버그를 연기하는 제시 아이젠버그의 과장되지 않은 세밀한 연기는 일반적인 20대 후반의 배우에게서는 찾아보기 힘든 능력이다. 19세라는 어린 나이를 감안하더라도 이해하기 힘든 주커버그라는 독특한 괴짜 캐릭터를 공감가는 인물로 만들어내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게다가 이미 세계적인 유명인사가 된 사람의 행동과 말투를 똑같이 모방하는 안전한 방법을 택하지 않고, 대본이 허용하는 한도 내에서 자신만의 캐릭터를 분명하게 창조해 냈다는 점이 그의 연기를 더욱 특별하게 만든다.
앤드류 가필드가 연기한 에두알도 사베린은 아마도 당신이 가장 연민을 느낄 만한 캐릭터일 것이다. 주커버그의 절친한 친구였던 이 캐릭터는 그나마 평범한 우리들의 모습과 가장 닮아 있고, 그래서 더욱 안타깝기만 하다. 연기 커리어의 정점에 올라서 있는 앤드류 가필드는 토비 맥과이어가 하차한 스파이더맨으로 캐스팅되어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배우이기도 하다. 그밖에도 냅스터 사장 션 파커 역을 맡은 저스틴 팀버레이크는 분량이 적은 데다 일종의 악역이라고 할 수 있는 역할을 맡았지만 두 인물 사이의 다리 역할을 무리없이 소화해냈다. 몇 장면 출연하지 않지만 주커버그의 전 여차친구 역의 루니 마라는 매번 스토리 전개에 결정적인 역할을 맡게 되는 중요한 인물이다.
이 영화를 볼 계획이라면 (그리고 꼭 보시기를 바라지만) 오프닝 신을 놓치지 말길 바란다. 당신이 처음으로 제시 아이젠버그의 마크 주커버그라는 캐릭터를 만나게 되는 순간이다. 쉴새없이 말을 쏟아내는 주커버그의 대사를 듣고 있으면, 마치 성대한 공연이 시작되기 전의 드럼롤과 같은 리듬감마져 느껴진다. 드럼롤이 끝난 뒤 기억에 남을 많은 장면들과 전율을 느끼게 하는 대사들로 두 시간은 가득 채워지고, 마지막은 웃음과 연민을 동시에 자아내는, 아주 적절한 장면으로 끝을 맺는다.
당시의 사회상과 시대정신을 훌륭하게 담고 있으면서도, 세월이 흘러도 변치 않을 감정과 가치를 표현해내는 영화는 그리 많지 않다. 그리고 소셜 네트워크는 이러한 영화 중 하나로 영화사에 기록될 만한 가치가 있는 영화다. 또한 어쩌면 한 평론가의 말대로 21세기에 쏟아져 나온 수많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들 중 처음으로 나온, 진짜 위대한 영화일지 모른다.
공식홈페이지 http://www.social-network.co.kr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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